시 한 수 놓고 갑니다.^^

관리자 0 1,926 2008.10.09 10:06
>>시 한수 ,고맙습니다.
>>정말 좋은 시 입니다. 역시 작가님은 다르네요.
>>우리가 시골에서 흔하게 접하는 느티나무 인데
>>보고 생각하는 눈이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신것 같습니다.
>>느티나무의 쓰임새 내지는 느티나무의 일생을 너무 자~알 표현한 것 같네요.
>>앞으로도 자주 좋은 글 부~탁 해요.
>>따랑해요 .....래녀씨




------------ [Original Message] --------------------------
>> 느티나무
>> 박래녀
>>
>>
>> 내 숙명은 기다리는 일
>> 어린 묘목으로 땅내 맡는 순간
>> 하늘을 어떻게 가릴까 그림 그렸고
>> 조금 더 자라 동구 밖 지킴이로 섰을 때
>> 김씨 집 며느리 바람 나 달아나자
>> 어미 기다리는 어린 남매 놀이터 되어주어야 했고
>> 집 떠난 자식들 기다리며 먼 눈 바라기 하는
>> 박씨 할멈 눈물도 닦아 주어야 했고
>> 초가집이 양철 지붕으로
>> 양철지붕이 양옥으로 바뀌어
>> 시절 좋아졌다지만
>> 너나들이 하던 동네 사람들
>> 이승 떠나는 상여 길 지켜보며
>> 한과 설움 꾹꾹 눌러 내속 채우다보니
>> 가지는 축축 늘어져 하늘 가리건만
>> 어떤 때는 속이 텅텅 비기도 하고
>> 어떤 때는 단단하게 옹이 져 살다가
>> 길난다, 물에 잠긴다, 밑동 잘리는 아픔 뒤에
>> 어느 장인 손에 끌려 찻상으로 거듭나
>> 어떤 시인의 대청마루에 누웠더니
>> 내 위에 흙으로 빚은 찻잔 놓이고
>> 마음으로 다린 연두 빛 차 한 잔에
>> 삶과 문학, 인생과 시절 논하는 문객
>> 호방하게 웃고 있으나
>> 나는 아직 내 때깔 벗어던지지 못하고
>> 동구 밖 느티나무로 남아
>> 기다리는 일 숙명으로 아는데.
>>
>>

Comments